TANGLE

[책] 인간과 컴퓨터의 어울림 리뷰


기술[명사]

1.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 (예: 건축 기술)

2.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 (예: 운전 기술)


이 책에서 기술을 완전 포괄적으로 정의해버리길래 내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헷갈려서 일단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봤다.  내가 흔히 아는 기술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 행위자 연결망 이론,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등의 설명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읽고 있나.. 생각이 든다. 어렵기도 하고, 기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과 사회는 당연히 같이 간다. 기술은 인간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이나 행위자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어떤 흐름으로 작용하냐보다는, 어떤 기술이 더 사회를 발전시키는가-즉 각 기술에 대해 어떻게 가치판단을 내릴 것인가다. 


미래 학자가 내놓은 미래에 대한 전망은, 이 책에서 소개한 바는 두 가지다. 트랜스휴머니즘과 네오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질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높인다는 긍정적 입장이고, 네오휴머니즘은 기술로도 범접할 수 없는 인간 혹은 세계의 고유한 가치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입장이다. 두 입장이 대립하는 관계는 아니다. 단지 "가치"를 어떻게 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경제, 법,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현재로써는 인식을 바꾸려면 언론을 통해 말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토론을 하거나, 직접 삶을 살아보면서 부당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등 기술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 사회 자체 가치를 판단하는 몫을 기술이 어느정도 가져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좋은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를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판별하고, 그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사람(사물)간의 분쟁을 조정해나가는 사회. 꽤 오묘하다. 미래에 대해 상상하기는 재밌으면서도 두렵다.





HCI는 Human-computer Interaction의 준말이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는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인간에게 더 좋은 컴퓨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온갖 학문을 마스터해야 한다.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등등 거의 모든 부분을 연구한다. 그래서 감이 잘 안온다는 것이다. 짬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굳이 포인트를 끄집어낸다면 요새 인기가 많은 UX도 HCI 연구 대상의 하나이다.


이제는 성공하려면 사람 중심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참 당연한 말이지 않은가. 시장에서 잘 팔릴만한 물건을 팔아야지, 안팔리는 물건을 팔면 당연히 망한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사람들이 애플 물건을 많이 샀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왜 애플 것을 택했을까? 다른 것보다 더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사람을 잘 탐구해서 잘 팔릴만한 물건을 잘 만들어낸 게 성공 요인이다.


그 요인을 굳이 사람 중심 가치로 묶을 필요는 없다. 단순히 기기의 스펙만이 경쟁 요소가 되었던 시절은 지났다. 그러나 그 때는 스펙이 가장 사람 중심 가치에 들어맞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는 효율이 높은 것이 당연히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되었고, 사람들이 그 기대에 따라 물건을 샀다. 아주 옛날 청동기 무기가 철기 무기한테 탈탈 털린 것도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는 정해져있지 않다. 애플처럼 자기가 만든 걸 사람들이 원하게끔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고 해서,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길을 택한다고 해서 그 길이 옳다거나 가치있다는 것을 뜻하지도 않는다.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돈이 되는가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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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얘기는 안했네. 뭔가 생각을 맨들맨들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전반적인 HCI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이 학문에서 쓰이는 개념들 또한 알차게 소개한다. 지면상 사례를 분석하기엔 어렵겠지만, 일반적인 얘기가 돌기만 하는 느낌이 있다. 책 내용을 압축한 만큼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