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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책 전반적으로 나오는 지침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저자의 경험담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저자의 대학 시절, 학회의 토론식 학습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매주 읽은 책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의 핵심 내용을 추려 발표-토론하는 것으로 텍스트 요약법을 익힌 것이다. 유시민.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난 잘 모르는 사람이다. 유시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글이 더 잘 이해되리라 생각했다.


글을 쉽게 썼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글쓰기 철칙이나 독해력을 이야기할 때 예시 이야기와 비유를 자주 든다는 느낌이었다. 글쓰기 근육이나 해로운 외국말 바이러스와 같이 다가오기 쉬운 비유도 잘 쓴다. 글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다 보니 술술 잘 읽힌다.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나는 호흡이 너무 길어져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다 이해했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거기에 대한 바깥 이야기를 줄창 해대니 대충대충 읽은 느낌도 없잖아 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 찾아본 사람 입장에서는 뭐 정말 글쓰기에 대한 일반론을 적었구나 했다. 상식선에서 다시 환기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글쓰기 팁에 대한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글쓰기 실력을 기르려면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면 된다. 준(準)진리급이다. 그림 그리기도 마찬가지로 모작과 크로키를 통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기른다.



그렇긴 해도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1장 논증의 미학이었고, 가장 유용한 부분은 4장 전략적 독서였다. 


취향은 논쟁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가?

1장 논증의 미학에서는 논증을 하기 위한 기본 자세 3가지를 이야기했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고, 주제에 집중하는 것. 이 중에 뒤에 둘은 수긍이 쉽게 갔지만 첫 번째, 취향이라는 것에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취향은 논쟁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가?


'뮌헨'은 피어싱을 주렁주렁 한 여성당원을 보고 그 돈으로 아프리카 어린이한테 후원이나 했으면 좋았다며 욕을 했다. 그러나 '함부르크'는 미적 취향을 미친 짓이라 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반박했다. 이내 '뮌헨'이 논쟁에서 패배하긴 했다.


취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취향이란 무엇인가?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면, 논리적인 근거의 필요없이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다. 흔히 짜장면vs짬뽕, 탕수육 부먹vs찍먹 대결을 생각하면 된다. 취향은 이유를 달아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 다들 이해해준다. 굳이 누룩진 느낌이 싫어서 찍먹을 택한다고 이유를 붙여도 누룩진 느낌보단 빳빳한 느낌을 더 좋아하는 것 자체가 취향이다. 


자신의 인생관이나 철학 또한 취향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를테면 합리적인 과학의 발달로 좀 더 사회를 윤택하게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의 그러한 인생관 말이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순전히 개인적인 성취감에서, 혹은 부모님을 닮아서, 혹은 개독들에게 데인게 있어서 그 길을 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자기 스스로의 신념이나 가치가 생겨난 과정이 분명히 있을 터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기에 원인이나 이유를 따지는 데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논리는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흔히 생각하는 취향과 마찬가지다.


다시 돌아와 논쟁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떤 논쟁이든 논리와 취향이 섞여있다. 논쟁을 하는 목적은 더 이상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지동설-천동설 논쟁은 어떤 것이 더 이치에 맞는가라는 논쟁과 다르지 않지만 '이치에 맞음'에 관한 생각에서 크게 갈리기 때문에 물고 뜯고 싸우는 것이다. '이치에 맞음'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며 취향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신성모독이니 과학의 합리성이니 그 가치에 대한 논리는 빈약하다는 것이다. 단지 합리를 추구하는 과학자가 신학을 불쾌하게 여기고, 독실한 신자가 과학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취향에 판가름된다.


'뮌헨'과 '함부르크'의 논쟁은 돈이 많이 들어도 자기를 꾸미는 권리는 존중되어야한다 쪽과, 사회적으로 영향력있는 당원인 만큼 사치를 부림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나 권력주의를 우려해야 한다 쪽의 싸움이다. 즉 각자의 토대-'미적 취향', '돈의 정의로운 사용'중 어느 것을 중요시할 것인가에 판가름된다. 논쟁이 끝났다는 건, '뮌헨'이 자신을 꾸밀 권리는 보장받아야 되구나 하고 설득되거나, '함부르크'가 당원인 만큼 돈을 좀 잘 쓸 필요가 있겠구나 하고 설득되는 것 둘 중 하나다.


각자의 토대를 취향으로 생각해보면, '미적 취향 보장'을 추구하는 취향과 '돈의 정의로운 사용'을 추구하는 취향간 싸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취향간 싸움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논리적인 주장이라고 해도 그 속엔 취향이 들어가있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와 취향(논리로써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잘 가려낼 줄 알아야 하며, 논리만을 중요시하고 취향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 어떤 취향이 옳은 취향인가에 대한 논쟁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히 고려되어야 하는가라는 논쟁과 다르지 않다. 이는 흔한 주제이기도 하며, 인류가 존속될 동안 끊임없이 서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논쟁거리다.


사실 논쟁할만한 가치가 있는 취향을 가려내는 것도 일이다. 짜장면 짬뽕 대결은 정말 사소한 문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짜장면과 짬뽕 중 어느 하나를 잘 택해야 한다는 건 유우머다. 하지만 위의 '뮌헨'-'함부르크'논쟁은 사소한 취향으로 치부할지, 논쟁하고 끝을 봐야 할 건지 애매한 주제다. 이런 류의 결정체는 동성애 관련 논쟁이다. 종교적인 취향, 성적 취향, 윤리, 뇌의 과학적 구조까지 논리와 취향이 뒤섞인 결정체다!


글쓰기 단련을 위한 책읽기

4장 전략적 독서에서는 별 이야기는 없다. 글쓰기 실력은 독해력과 어휘에 따라 좌우되고, 그것을 기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좋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글쓰기 실력에 도움되는 책이 4장의 내용이다. 박경림의 <토지>가 눈에 띄었다. 내가 프로그래밍 관련 글을 쓰거나 게임 비평을 쓸 때 글이 어려워질 수가 있음을 느꼈다. 그것을 어느정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게 와닿는 표현력이 아닐까 하며, 그렇다면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표현력을 기르기 전에 우선 글쓰는 습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내 글이 어려워지는 패턴은 비슷하다. 굉장히 일반적인 용어를 쓰거나 충분한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내 머릿속에 짜놓은 개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를테면 위에서 단순히 '논쟁'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두고 말했다면 아예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나마 지동설-천동설, '뮌헨'과 '함부르크' 예시를 들어서 조금 낫다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말했던 취향은 일반적으로 뜻이 통하는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것만 해도 다가가기 어려운데, 내가 '논리과 취향은 섞이므로 취향에 대한 논쟁도 필요하다'고 한마디로 말하면 어느 누가 이해하겠는가? (즉각적인 자가성찰)


또 눈에 띈 책은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이다. 올바른 우리글을 쓰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나를 아주 면밀히 파헤친 책이라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그러나 5권이라는 어마어마해보이는 분량에 좀 움츠러들기도 한다. 어쨌든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려야지. ㅎㅎ


좋은 글 판별법으로 소리내어 읽어보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건 약간 감성적으로도 공감이 간다. 아무튼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난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되었든 글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흠이다. 어렵다. 계속 연습하면 좀 빨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