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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치는 감동이다 리뷰

검은색 배경에 짙은 노랑의 글씨체가 단연 눈에 띈다. 정치는 감동이다라는 제목만 보면, 현재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뭘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속속 얘기할 것 같다. 근데, 전혀 상관없다. 민주당이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의 내용이 들어가 있는것만도 아니다. 더 나아가서 어떤 정치철학을 이야기한다. 바로 사회 협치라는 주제다.


사회 협치는 좋아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 협치는 확실히 이상적으로 보였다. 정치적인 근본 시각 중에 나와 가장 가치관이 맞았다.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이런 것들의 교집합이다. 민본 주의. 소통 혁명. 공동체와 개인은 같이 간다. 사회적 대타협. 흑백 논리와 안일한 이분법을 멀리하는 것. 사회 협치는 더 나은 시민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의 원리로써 훌륭하다.


사회 협치라는 개념은 저자만의 생각에서 온 것이 아니다. 이것 또한 지금 시대의 요구와 맞물린, 과거로부터 발전해온 산물이다. 책은 이것을 위해 민주당이 노력해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한다. 이를테면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만으로 복지를 외칠 게 아니라 노인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모색해야 한다거나,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거나, 동북아 평화를 주안으로 삼아서 강경책과 포용책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등이다. 난 확실히 공감하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사회 협치가 검증되었거나 실제로 적용가능한 대책이라고 설득되지 않았다. 아직 잘 모르겠다. 최장집이 현실적인 대안도 잘 어우러졌다고 추천사를 날렸으나 내 생각엔 아니다.


내가 설득되지 않았다고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에서 사회 협치라는 게 필요하다고만 주장하지 그것의 한계를 얘기하지는 않는다. 사회 협치가 어떤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가? 혹은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는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사회나 조지 오웰의 <1984> 사회까지 극단적으로 가지 않더라도, 그와 성격이 비슷한 사회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사회 협치라는 개념이 한참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 한계를 논할 필요가 없겠거니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정말 아쉬웠다. 저자는 관심있는 자에게 더 깊이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더 깊은 내용을 다루는 다른 책이나 논문을 주석으로 달아줬으면 좋았겠다. 


이 책을 읽은 목적

책을 읽을 때 에필로그를 먼저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나 방향이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어떻게 해서 쓰고, 쓸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는 책 내용을 충분히 궁금케 한다. 이런 내용이 앞에 들어가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며 드는 또 다른 생각은, 1부에서 나오는 통계 자료들이 믿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읽으며 통계 자료의 신뢰도는 어마무시하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세뇌되었나보다. 어쨌든 조사 대상이 많아도 1000명인데, 이런 통계 자료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물론 민주당이 무엇을 잘하지 못했나에 대해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통계는 충분한 역할을 한 듯하다.


나는 정치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워낙 정치란 게 똥통이라는 생각이 박혀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가기 싫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똥냄새가 풀풀 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책을 집어들었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올해로 유권자가 되었고 그 똥통에서 나도 똥을 싸질러야 할 판이다. 커다란 공동체의 일부로서 책임감이 생겼고 정치에 관심이 생겼다. 


난 아직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 시사 잡지나 뉴스나 신문에서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연일 보도되지만 나는 판단내릴 수 없다.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지금 정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공부해나갈 참이다. 그나마 이 책이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데, 나름 잘 고른 것 같다. 나에게 어느정도 통찰을 주었으면 충분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것과, 좀 알고나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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