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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력의 방법론 리뷰




자기계발서가 쏟아지고 있다. 머시기의 심리학, 몇가지 꼭 해야할 것 것 등의 제목이 가장 많이 보여서 "방법론"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단어가 들어간 책을 골랐다. 제목이 어느정도 딱딱하기는 했지만 표지에서 그것을 누그러뜨렸다. 여기서 불안감이 또 찾아왔다. 여느 다른 자기계발서와 별 다른 게 없지 않을까. 읽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리지는 않을까. 그 예감은 거의 들어맞았다. 이 책은 특별할 게 없었고, 1/3쯤 읽었을 때 책을 덮어버리는 충동을 느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끝까지 읽었다. 줄간격이 어마어마하고 어려운 말도 없었다. 그나마 빨리 읽혀서 다행이었다.


저자는 왜 방법론이라는 말을 썼을까. 노력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기술이라서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한 방법을 말해보려는 거였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을 했다.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과학 연구에서의 합리적인 방법에 관한 이론. 어찌되었든 노력을 하기 위한 방법론,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론 등의 의도를 제목에 담았다면 노력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노력이 무엇인가, 노력을 어떤 형태로 측정해볼 수 있는가, 노력이 어떤 식으로 우리 행동에 작동하는가라는 고민이 수반되어야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나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방법 11에서는 저자가 "통설적"(72p)인 기본서를 고르라 한다.


이 책에서 계속 노력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에 대한 정의는 한 줄이다. "나에게는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무엇인가를 반복,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17p) 아. 뭐 "나에게는"이 들어가서 정의는 아닐라나? 몰라, 아무튼 이 책에서 고찰은 거의 없다. 노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물론 없다. "정독 1회보다 속독 7회가 낫다"(방법14, 82p)라지만 7번이 왜 7번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8:2법칙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느낌만 온다.


저자는 2006년 도쿄대학교 법과대학 수석 졸업했단다. 아,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자는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나보다. 그래 저자님 시험보기 전에 며칠간 하루에 19시간을 넘게 공부했다죠? 그런 열정과 끈기가 있으니 수석 졸업도 일은 아니겠소. 근데 말이죠,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못합니다. 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발휘,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해도 그 기술로 효과를 보는 것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고! 이 책은 똥이다.


똥은 피해다녀야지. 이 책은 사람들에게 좌절을 낳을 것이다. 물론 좀 깨우치신 분들은 좌절 또한 자양분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소시민은 점점 더 자신이 구차해지며 자존감만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내가 공감하면서 본 노력의 방법이 있긴 하다. "작은 성공"(방법16, 91p)으로 노력의 지속성을 위한 동기부여를 꾀하는 것이다. 뭐든지 좀 "끝"이라는 분위기가 낼 만한 것(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던가)을 하면 그것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많다. 스스로에게 보람이 되며 자존감이 올라가고, 남들에게 이만큼 했다면서 자랑도 할 수 있다. 뭔가 쌓아지는 느낌이 오면 행복하다.(나는 그렇다.)


요새 나오는 자기계발서가 다 거기서 거기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했던가. 이런 책이 실속이 없음에도 꾸준히 나와주는 것은 사람들이 쉬운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아쉽게도 사람에게 있어서 변화는 쉽지 않다. 여태 자신이 살아온 습관을 부정하고 새로운 길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는 이런 책으로 충분치 않다. 정말 내 생각을 환기시켜줄 무언가가 없을까. 목이 마르다. 정말,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 것은 그만둬야겠다. 검색을 하던가 미리 좀 정보를 얻어서 책을 골라야지,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계속 목만 마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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