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LE

[게임] Godus 리뷰

게임명: Godus

개발/퍼블리싱: 22cans

플랫폼: 안드로이드(2014년 11월 27일 출시)

장르: 경영/시뮬레이션(?)





게임 리뷰를 쓰는 나의 정체성


나는 왜 이 리뷰를 쓰고 있는가. 우선 그냥 게임하면서 뭔가 모를 아쉬움들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다. 게임을 한 번 쯤 해본 사람이라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수도 있겠지. 미래의 내가 그럴거야. 또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길다란 리뷰 글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모바일 게임 특성상 업데이트가 잦기에 기록은 단순히 추억팔이밖에 못될 수도 있다.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쓰는 글은 남들에게 소개하는 목적에 있지가 않다. 그렇다. 그냥 이 게임을 해본 개인으로서 게임에 대한 평가를 어느정도 내리는 것에 의의를 두자.





육성 게임을 하고 싶다


육성 게임을 찾으려 노력했다. 계속해서 RPG든 경영 시뮬레이션이든 뭔가 쌓아가고 싶은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뒤졌으나 마땅한 것을 계속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Godus가 눈에 띄었다. 난 특이한 거 좋아한다. 비주얼도 특이하면 좋다. 3D의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인게임 스크린샷은 봐줄 만했다. 


컨셉은 내가 신이 되어서 그 추종자(신자, Followers)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번영하도록 하는 게임이다. 신으로써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매력있는 것은 바로 지형 편집이다. 지형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지형은 층(Layer)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형을 높게 만들려면 높은 층을 끌어와서 높게 만드는 식이고 지형을 낮게 하려면 해당 층 끄트머리에서부터 좁혀나가는 식으로 조정한다. 3D긴 한지라 모양새가 마치 등고선처럼 나온다. 터(Plot)를 닦을 때 지형을 적절한 크기로 조정해줘야 하고 추종자들이 높은 곳이나 낮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식으로 만들어줘야 하기도 한다. 지형 편집은 아주 다용도이고, 꾸준히 이용할 수 밖에 없으며, 신으로써의 기분도 느낄 수 있기에 좋은 컨텐츠이다.


또 좋은 것. 게임 조작방법이나 게임 규칙 등을 유저들에게 쉽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한 티가 보인다. 처음에는 추종자 2명이 물에서 허우적대는 걸로 시작한다. 이들이 뭍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유저들에게 지형 편집 방법을 가르친다. 추종자들이 좋은 터를 찾아야 한다는 미션을 따라서, 계단을 만들어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도록도 하고 화면 이동 방법도 배운다. 사실 화면 이동 방법이 손가락 두 개를 동시에 터치해서 드래그해야 하는 다소 비상식적인 조작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을 잘 짜놨다. 덕분에 게임 자체의 진입 장벽은 충분히 낮다. 




미묘함


그런데 말이다. 미묘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걸 어떻게 다 말을 순차적으로 할 지 고민이다. 조작부터 말해볼까. 아까 말했듯이 화면 이동은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야 한다. 고로 누워서 하기가 힘들다. 이부자리에서 할 만한 적절한 게임은 아닌 것이다. 확대, 축소는 우리 상식대로 조작하면 되지만 회전이 좀 골때린다. 게임이 조금 끊긴다 싶으면 회전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냥 잘 안된다. 감도도 높아서 조금 회전하려는데 슉슉 회전되기 십상이고, 회전해놓고 화면을 움직이면 기본 회전 각도로 돌아온다. 


건물 짓는 방식도 미묘하다. 스타크래프트를 생각해보면 SCV가 배럭 지을려고 할 때 3x4의 가능한 지형을 초록색으로 표시해준다. 하지만 Godus는 반대의 방식이다. 애초에 건설가능한 터를 자동으로 잡아주고 일꾼에게 일을 시키면 자동으로 거기 가서 집을 짓는다. 고로 자기가 원하는 위치와 원하는 크기에 맞게 집을 짓기에는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터가 자동으로 큰 쪽으로 잡히므로 일부러 작은 집을 지으려면 나무를 심거나 잉여 땅을 끌어오거나 해야 한다.


미묘함은 계속 된다. 이를테면 게임 초반에는 이미 지어진 집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 좀 더 진행하면 신앙심을 들여서 없애는 게 가능하지만 행복도도 낮아지고 집 잃은 추종자들이 자기 멋대로 아무 터에 집을 지으려 한다. 이는 제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유저 입장에서는 집을 없애는 건 귀찮은 일이다. 또 일꾼은 저마다 체력이란 게 있어서 집을 짓다가 자기 집으로 휴식하러 가는데, 그 동안 공사 중인 집의 타이머는 멈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 공사 시간만큼 게임을 끄고 다시 오면 공사는 완료되어 있다. 약간 괴리감이 든다. 그 시스템이 신선하긴 한데 모바일이라는 환경과 맞지 않는 느낌이다. 엄밀한 검증을 하진 않았지만, 게임 꺼놓고 있는 게 게임 켜놓는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다. 이는 이상하다. 좋거나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지형의 모습. 다양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터(Plot)의 모습. 빗금이 쳐져 있다. 터의 크기도 다양함.>



<터를 조종하기 위해 일부러 땅을 난잡하게 만든 모습>



게임 시스템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문명 발전의 요소 혹은 시스템 요소를 카드(Card)라는 것에 부여하고, 거기에 스티커(Sticker)를 100%까지 붙여서 활성화하는 식이다. 나로써 처음 보는 시스템이라 낯설긴 했지만, 이내 적응되서 나쁘진 않았다. 카드에는 "더 좋은 수준의 집 짓기" 등이 있고, 스티커는 보물 상자를 열면 나온다. 보물 상자는 땅을 파야 나오기도 하고 불시에 내 마을 어딘가에 생성되어 있기도 하다. "더 좋은 집" 등의 컨텐츠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농사"나 "채굴"같은 시스템도 차례차례 개방되기 때문에 유저 친화적이다. 사실 모든 게임이 다 그런 식이지만 이 게임은 좀 더 게임 속에서 풀어낸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확실히 컨텐츠가 많지 않은 느낌이다. 컨텐츠 적다. 더 강력한 추종자 집단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인구와 적당한 행복 밖에 없다. 인구를 증가시키려면 집(Adobe)을 지으면 된다. 집 지으려면 일꾼들 먹일 밀을 농사 지어서 만들어내면 되고 집 터를 닦으려면 지형 편집으로 살살 만들어주면 된다. 지형을 편집하기 위해 필요한 신앙심은 집에서 주기적으로 걷어주기만 하면 된다. 행복은 나무 몇 개만 심으면 팍팍 올라간다. 나무를 심어도 잘 안올라간다면 정화를 하면 팍팍 올라간다. 전략적으로 고민할 거리가 게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기껏해야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인구 수가 어느 정도일까 예측하고 터를 적절히 닦는 것. 하지만 이 또한 타이트하게 플레이하지 않는 유저들에게는 불필요한 작업이다.


지형 편집 아까 좋다고 했다. 다만 한 번에 한 층만 움직일 수 있고, 밑의 층이 동굴처럼 패여있으면 안되므로 언덕 없애려면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없애나가야 한다. 즉 노가다이다. 오히려 이런 답답한 점을 살려서 한 번에 3개, 5개 지형 편집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놓은 걸 보고, 게임 꼼꼼히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긴 했다. 사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평지에서 땅을 파거나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절망스럽다. 나는 게임하다가 묻혀진 사원을 발견했는데, 이를 살리려면 바닥까지 땅을 파야 한다. 그러나 땅을 "팔"수는 없고 땅의 "끄트머리"에서 좁혀나가야 하고, 이미 집을 지은 땅은 수정이 불가하니, 한 마디로 먼 바다에서부터 협곡을 좌좌좡! 만들었다. 엄청난 노가다를 한 셈이다. 땅을 낮게 하려면 그 수 밖에 없다. 완벽한 평지에서는 땅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없다. 


보물 상자. 스티커라는 게 보물 상자에서 나온다고 했다. 보물 상자는 불시에 내 마을 어딘가에 생성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보물 상자가 집이나 밭 밑에 생기면 짜증난다. 집이나 밭을 부수지 않으면 보물 상자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게임 내 보물 상자의 수가 제한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한되어 있다면 이는 큰 문제다. 차라리 보물 상자의 유효 시간을 두어서 일정 시간 건드리지 않으면 사라지게끔 하던가 하는 게 좋을 텐데, 그런 점이 아쉽다. 분명 이 문제는 언젠가 패치되겠지.




<오른쪽에 보이는 크리스탈 유적을 파내기 위해 왼쪽 저 멀리에서부터 바닥을 파온 흔적. 지금은 집을 짓는다고 협곡을 일부 또 메꿨다.>




<할 게 없어서 남아도는 신앙심(552K)으로 심해를 메꾸고 있는 모습>




<고산 지대에 있는 수많은 집들>



<이 월드에서 최종 테크. 그나마 이것을 목표로 지금 게임중이다.>



<저 표시는 보물 상자가 있다는 표시. 심해의 가장 깊은 바닥보다 밑에 있어 보물을 캐낼 수 없다.>


정리


게임 고사양이라 배터리 순식간. 게임 자체 컨셉 괜찮고 게임성 좋다. 다만 그런 게임성에서 오는 특이함은 적응해야 할 것. 완성도는 높은 편이고 진입장벽도 낮음. 부족한 컨텐츠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지형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