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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물고기와 철학자


물고기와 철학자

저자
임판 지음
출판사
지식공감 | 2012-10-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물고기와 철학자』는 신의 존재에 관한 물고기와 철학자의 어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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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arry-overstreet.com/your-personal-philosophy-is-your-guide/

철학에 대한 잡생각

우리가 위대한 철학자를 내세우라 하면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으로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 철학자들은 이전부터 계속되었던 어떠한 관념을 재해석하고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일반 사람들과의 생각 자체가 달라지고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은 대화 형식의 소설책입니다. 어딘가 2% 부족한 철학자 에카르트가 궁극적인 것을 찾기 위해 물고기, 시인, 바람을 만나며 스스로 고뇌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우선 매우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나오고 그들의 대화는 정말 대단해보입니다. 그만큼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철학적인 책을 읽기 전에 드는 생각은 '새로운 철학을 내세운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그 위대한 철학자들의 논지를 전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자신만의 어떠한 것을 내세운다는 것인데 그런 건 엄청 대단한 것 아냐?'입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이 책이 그만큼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하는 건 무리인 듯 싶네요. 왜냐하면 나는 철학에 조금 관심이 있는 수준일 뿐이지 이 책에 있는 내용을 거의 이해했다 말하는 것은 거짓말일 뿐더러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도 거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긴 해도 이전에 다른 철학책을 조금 본 적이 있는데 그것보단 이 책이 훨씬 쉬운 것 같습니다.


 

궁극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게 편할거야, 에카르트.

우리의 주인공 에카르트는 궁극적인 것을 찾고 싶어합니다. 그것이 위치하는 '바깥 세계'에 대해 물고기는 재미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경험과 언어에 의해서 생겨납니다. 이를테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함으로써 세계가 그렇게 창조된다는 것입니다. '원래' 있던 것의 '발견'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객관적 세계라 하는 것은 사실 우리들의 유사한 관점을 통해 본 세계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구가 둥그렇다는 것은 그 사실이 본래 지구의 속성이 아니라 발견자에 의해 그것이 '언급'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점차 받아들여 객관적 세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 이러한 느낌이 이해가 갑니다. 특정 사람에게로의 느낌도 사람마다 다 다르듯이, 사람들 각각의 세계도 유사한 점들도 있겠지만 결국 다 다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험한 것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궁극적인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찾는다 해도 그것은 궁극적인 것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것은 우리 바깥세계에 있어야 하지만 궁극적인 것을 발견한 순간 그것은 발견자(지각자)의 세계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완전함이라는 속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완전함이라는 것은 주체를 규정짓는 모든 것을 흡수하여 없애므로 그 주체도 사라진다고. 그러니까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의 특징이 명시적으로 제시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우개는 크기, 무게, 용도 등으로 지우개를 규정지을 수 있고 언제, 어디에 위치함으로써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반면 완전한 것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완전함을 속성으로 갖고 있는 궁극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겁니다.


바람은 물고기와 비슷한 논리를 펼칩니다. 사물이 관찰자의 '인식'에 의해 존재하듯이 시간 또한 인식함으로써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난 이것이 무슨 말인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제로 바람은 시간이 상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돌, 나무, 동물, 인간의 시간적 관념이 다르듯 말입니다. 에카르트는 궁극적인 것을 찾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이고 그 안의 모든 것들이 변화하는 시간. 궁극적인 것은 그 시간 밖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존재한다는 것은 시공간을 아울러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정짓지 못하지만 궁극적인 것이 존재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몰랐지만 이런 감상문을 적으려고 책을 이해하려 노력하니까 나름대로의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은 없다. 좋은 독자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 책을 접한 다른 사람은 당연히 나랑 다른 느낌을 접할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해 해석한 것이 저와 다르다면 그것은 당연한 겁니다. 저는 저의 안목으로 이 책을 바라봤을 뿐입니다. 흠. 잠시 이야기가 바깥으로 샜군요.


 

그리곤 깨달음

마지막 에카르트는 시인과의 대화에서 머리에 번갯불이 치징!하고 스칩니다.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자신이 말한 궁극적인 것들은 전부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모순이었습니다. 궁극적인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한계 밖에 존재하는 일정한 구역 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별을 멈춤으로써 자신의 한계 밖을 인식하고 궁극적인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분별을 통해 만들어낸 궁극이 영원한 궁극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진정한 궁극, 그런 것에 다가갈 수 없도록 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죠. 진정한 궁극에 다가가려면 분별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분별을 하도록 하는 불안, 욕심 따위를 버리는 것이 길이라는 것입니다.


답이 없는 질문, 그 자체로 답이 되는 질문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진짜 모르겠는데


역시 철학적인 책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네요. 헠헠 두뇌가 남아돌지 않습니다. 아.. 참고로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현대'인 것 같습니다. 술집이라던가 스포츠맨이라던가 연인이라던가.. ㅋㅋ